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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후벼파고 싶을 때가 있다. 피부의 표층 아래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넣어 안에 있는 고통과 고뇌를 모조리 파내고 싶은. 자해는 껍데기가 되고픈 욕망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침에 젖어 쭈글쭈글해진 엄지손가락처럼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게끔 하려는. |
1947년 1월 15일, 할리우드 시내의 빈터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검은 드레스와 검은 머리카락으로 선정적인 헐리우드 언론은 그녀에게 '블랙 달리아'라는 별명을 붙여 다룬다. (어쩌면 언론의 기능이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인물과 사건을 '지칭'하는 단어를 창조하는 - 다르게 말해 '소설'을 쓰는 - 것일지도 모른다)
블랙 달리아는 살해 사건의 객체이자 내러티브를 이끄는 주체다. 등장 인물들의 욕망은 달리아를 중심으로 재조직화하고 재편된다. 등장 인물들은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그보다 덜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를 속이고 또 속인다.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양심에 저촉되지도 않는다. 때로는 자신에게 자신이 속는다. 결국 남는 진실은, 우리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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