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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한 권, 장편 한 권. 작가로서의 결과물.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는 직원 만 명 회사에서 이런저런 경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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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에서 까마득한 옛 시절 이 책의 번역본을 냈다. 절판된 책을 고3때 빌려서 읽었다.
다시 읽고 싶어서 -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 열댓번씩 읽고 본다 - 누군가의 책을 희생시켜서
제본을 했다. 지금도 책장 어딘가에 있을 거다.

고3때 지적인 욕구가 가장 왕성했다.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으려고 했다. 토머스 핀천(중력의
무지개 원서를 그때 샀다), 저지 코진스키, 도널드 바쎌미(그땐 바셀미 작품은 원서로 읽어야
했다), 리차드 브라우티건, 커트 보네거트 등등. 회사 후배가 내 소설을 읽고 보르헤스 얘길
꺼냈는데(왜???) 보르헤스도 그때 읽었다. 그러니까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계된 책들은 다 읽으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지적 허영이었다.

물론, 지금은 또 이렇게도 말한다 : 허영이면 어때?

지금도 지적인 욕구가 없는 건 아니다. 볼만한 책이다 싶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쓸어담으려
하니까. 책의 좋은 점 : 값이 싸다. 넥타이 하나만 해도, 목에 걸만한 게 십여만원이 넘으니. (여기서
영화 '블랙 레인'에서 찰리의 대사를 읊고 싶어진다... 그런데 뭐였더라?)

당시 내게 <제5도살장>은 딱 맞는 작품이었다. 절멸, 운명론, 허무, 냉소, 염세, 그리고 유머.

So it goes - 안정효 번역판에선 '인생은 그렇게 가는 것' 으로 나온다 - 라는 말을 술주정처럼
읊으면서.

지금은 고3때 읽은 소설들을 다시 들춰볼 마음은 들지 않는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샐먼
루슈디와 스티븐 킹이다)

십수년 전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땐 참으로 어리고 순진했지, 그런 생각 때문이 아니라,
어째 그 작품들을 체화해버린 게 아닐까 싶은.

인생은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인생은 그렇게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지, 나조차 궁금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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