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 야요이. 한없이 증식하고 부풀어오르는 점의 세계. 대부분의 그림은 화집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
하지만 몇몇 작가들의 작품은 실제로 보고... 만져보고 싶어한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처럼.
가습기를 켜고 크리스피크림의 커다란 머그컵에 아메리카노를 한가득 담아 마시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모카포트 브리카는 에스프레소 4잔을 추출할 수 있다. 요즘은 테이크아웃 커피에도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
해 마시곤 하는데... 어째 맛보다도 마시는 것 자체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뭔가를 늘 먹고 마시고..
그런 건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커피만 들이마시는 것을 즐길 때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혈액이 뇌가 아닌 위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코카인을 흡입하며 지혜를 짜내는
셜록 홈즈처럼?
죽은 사람이 임신한 꿈을 꿨고(젠장!). 다음번 꿈에선 출산을 하려나. 어쨌거나 스토리는 <샌드맨>의
몇몇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고.
꽤 솔직한 얘기를 누군가와 했고... 나를 외롭게 만드는 건, 나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
하지만 나를 안다고 떠드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
소설을 쓰지도 않는 사람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선 무엇이 도움되는 일이고 뭐고... 내게 충고하는 이야기.
작가란 어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유분망한 성격이 어쩌고... 내 소설을 한 줄이라도 읽어봤다면,
내 영감의 원천이 어디인지는 아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을텐데. 소설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거라고요. 그건 욕망과 상처를 덮기 위한 거즈, 밴드... 모자, 구두, 그런 것이죠.
뭐, 결국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긴 하다. 붙잡는 사람은 붙잡아야 하고, 뿌리쳐야 할 사람은
뿌리쳐야 한다.
술에 그다지 취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는 힘든 얘기라서, 자정 전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고. (그런데 왜 자정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 있는 거야?)
그제 어제 오늘 그리고 담주에, 책들이 계속 배달되어오고 있고.
여튼 10년째 몸담아 오던 세계를 떠나서, 새로운 세계로...
저녁을 함께 한 지인은 내게 회사 뱃지를 주며 "웰컴 투 더 리얼" 이라고 말했고,
그건 나도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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