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에 발표한 로버트 메이플도프의 초상 사진. 메이플도프는 장기간에 걸쳐 여러 편의 초상을
내놓았는데, 이건 초기작.
저 사진에선 모자이크 처리됐는데, 채찍의 손잡이 끝을 자신의 항문에 찔러넣고 찍은 것이다.
얼굴과 엉덩이에서 세상을 화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감춤을 백일하에
(혹은 카메라 플래시 아래에) 펼쳐보이는 것이 도발성이라면 저 사진은 도발적이다. 그런데
포르노의 본질이 하이퍼리얼리티 수준의 드러냄이라는 점에서, 메이플도프의 사진에서 도발성을
느끼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언어를 매개로 하는 소설과 달리 사진은 대상과 직접적인 대면으로 이뤄지는 예술이다. 초상(사진)
은 작가를 알리는, 예술가의 노출증이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수단이다. 언어의 세련됨으로
감춰지기 마련한 솔직함을 내보이는 장치다.
증명 사진을 새로 찍어야 했다. 2년 전엔가 찍었던 증명 사진은, 머리가 치렁치렁 길 때 찍었던
것이라서 사원증에 넣기는 부적절. 새로 찍은 사진과 예전 사진을 비교하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다. 여튼 지금 사진은, 나름 엘리트(음?) 직장인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머리 스타일만으로도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건 재밌는 일이다... 사실 더 재밌는 것은,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보는 타인의 시선이다. 편견, 선입관, 환상에 따른 착각, 뭐 그런 것들.
사실 재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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