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요즘 봐도 촌스럽지 않지만 포스터는 어쩔 수 없이 80년대 티를 낸다. 알록달록하다.
여튼 케이블TV 덕분에, 좋아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몇번이나 본 건지 셀 수가 없다. 어제는 OCN에선가 저
영화를 방영해주길래 TV에 취침예약을 해 놓고 눈을 감았는데, 소리만 듣고도 화면에 어떤 장면이 펼쳐지고
있을지를 알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대사는 외계인의 본얼굴을 본 뒤 슈워제네거가 내뱉는, "You're an UGLY MOTHERFUCKER."
인가. 번역을 개판으로 하는, 머슬 앤 피트니스지의 한국판인 '건강과 근육'에서는 칼 웨더스가 슈워제네거
에게 하는 냉소적 대사인 "You're expendable asset"을 "자네는 소중한 자산" 어쩌구로 번역해서 기가
막히지도 않았던 적이 있다.
겉도는 얘기만 써놓고 있군.
영화에서 게릴라 부대 섬멸 작전(더치 소령의 용병팀은 '장관과 보좌관' 구출 작전으로 속아서 간다)은
하루 짜리다. 영화도 그만큼 빠르게 전개된다. 특히 프레데터와 더치 소령의 육박전(이라기보단 더치가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는 거였지만)에서 프레데터의 시점으로 더치 소령이 도망치는 모습을 잡는 건 탁월한
발상이었다.
요즘 할리우드 액션영화는 갈수록 때려부수는 스케일을 높이는 게 거의 전부인 거 같다. 트루라이즈에
해리어 기가 나온 이래로 전투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ex) Mi3, 다이하드 4.0
그래서 자동차 추격신 가지고는 액션 영화라고 명함도 내밀기 힘들게 된 거 같다.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빼고는. (케이블TV에서 제이슨 본 시리즈 1,2편을 봤는데 올드 스쿨 스타일 액션영화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동구나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 시리즈가 추구하는
'현실적인' 액션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때려부수기만 하는 장면의 연속은 포르노만큼이나 지루하다. (물론 모든 포르노가 다 지루한 건 아니다)
파라마운트 회장 테드 섬너스톤이 톰 크루즈와 결별키로 하면서, Mi3의 기대 이하의 흥행을 크루즈 탓에
돌렸다는데 내가 보기엔 영화는 웰 메이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크루즈가 연기한 이안 헌트의 팀이
악역을 호송중에 교량에서 전투기와 헬기의 습격을 받을 때에는, 크루즈와 그의 부하들이 교량의 민간인을
피신시키는데 발벗고 나서는 '선역 영웅' 역할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존 맥클레인이
저러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안 헌트는 첩보원 아닌가? 역할의 정체성이 모호하면 영화의 긴장도
떨어진다... 사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이안 헌트의 정체성은 아내를 구해야 하는 남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에 긴장이 생기려면 적어도 첩보원의 임무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의무 사이의
갈등이 2편에서처럼 첨예하게 대립해야 하는데, 3편은 그냥 1편과 2편을 조합한 듯한 곡예 액션을 보여줄
뿐이다. )
프레데터 1편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역시 영화 후반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체에게 쫓겼던 더치
소령이 프레데터가 적외선으로 사물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두 인물의 위치는 역전된다.
쫓기는 자가 쫓는 자가 되었다가 다시 쫓기는 자가 되면서 상황은 수시로 바뀐다. 감독의 연출 능력이라는
건 이런 데서 빛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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