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중요한 회의에 들어갈 발표자료를 준비하는 데 월화수목금을 투자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였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오후를 보냈다. 서울오토갤러리에 가서 내 골프에 대한 매입가를 물어보았는데...
이런 날강도 같은 자식들이 있나. 더 말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나왔고.
어째 X1은 내 운명이 아닌 것 같아서, 집으로 오는 길에 내게 차를 판 딜러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골프를 처분하고
빨간색 GTD를 사려 한다고 말했다. 월요일에 다시 통화.
그 와중에 BMW매장에 가서 X1을 봤다. 오 훌륭하군. 풀타임 4륜인데도 연비가 15km/l에 육박하는데, 대체 차를 어떻게
만들면 저렇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궁금. 빨간색 X1은 주문하면 1-2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어째 자동차를 충동구매하듯 사는 거 같긴 한데... 바꾸긴 바꾼다. 빨간색으로! 내 차를 비싸게 팔아주는 딜러의
차를 사게 되는 것이다.
X1이 내게 미칠 영향에 대해 타로점을 쳤다. 여왕 카드 두 장과 죽음의 카드가 나왔다. 죽음의 카드는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 차 할부금을 갚으려면 마흔까진 회사에 다녀야 한다. 그런 뜻인 걸까. 현재로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늘 그렇게 살아왔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압박하는
환경의 요소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그러다 언젠가 한번 폭발했는데, 앞으로 그런 날이 또 올까. 미래의 나에게 묻고 싶은
질문. 모든 것을 잊고 살 수 있을까. 과거의 내게 묻고 싶은 질문. 오래된 분노와 미움을 소화시켜서 그런 감정을 내 일부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서른여섯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흔이 되면 그런 느낌이 들까. 아니면, 가정을 가지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식스팩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허리 사이즈가 31인치 이하로 내려가면 꽤 그럴듯해질 것이다. Rufskin의 진 재킷과
트루진을 입고 외출하는 동안, 진을 입고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1년 전엔 그랬다. 온갖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기사를 써 내니 좋게좋게 넘어갔다. 지금의 경우는... 각 잡는 것을 선호하는 섬세한 취향의 상사 바로
앞에서 어지러운 책상을 용서받고 있다. (어느 직장에서 일해도 내 책상은 가장 어지럽고 지저분하다)
참치를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피곤이 쌓여서 그런지 금방 취했다. 나이를 먹은 걸까. 아니면 몸이 건전해져가고 있는 건가.
군대에 입대한 지인이 휴가를 나와서, 홍대의 그라빠에서 모에 샹동을 마셨다. 10시30분쯤 파했는데 여전히 좀 몽롱한 상태.
책을 한권 읽고 보고를 할 게 하나 있는데 만사가 귀찮다... 점점 지쳐가고 있는 걸까??? 나는 묻는다... 내가 왜 직업을
바꾸었는지, 왜 모험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긴 하나요? 그러면 멍청한 대답들이 돌아온다.
살아있다는 느낌은 내겐 언제나 비현실적인 종류의 감각이다. 고단함은 삶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골치아픈 생활의 문제들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진 못한다. 그건, 그냥 수학공식처럼 풀어야 할 문제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삶은 증명해야 할 종류의 대상이 된다.
언제쯤 되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까??? (아이가 생기면???)
새 차를 사면 그녀를 가장 먼저 옆자리에 태우겠다는 생각을 했다. Woo바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을 마시는 생각을
했다. (서울 시내 호텔 중 가장 좋아하는 데가 W호텔이다) 그렇게, 소비사회의 축을 이루는 부품으로서 훌륭하게 기능하는
생각을 한다...
그냥 기분이 우울한 것이로군.
p.s. 저녁에 X1 계약. 전시용으로 쓰려고 들여온 게 있는데, 곧바로 내게 인도해준다고 한다.
핸드폰 컬러링이 Lady GAGA의 Telephone이다. 가사의 뜻을 생각하지 않고 설정한 건데, 나중에 보니
'밤에 나가 노느라 바빠 전화 못 받는다'는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여러 곡 노래를 곱씹어보니
- Just Dance, Poker Face, Bad Romance 등등 - 재밌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 여자
노래를 애정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현재 몰고 다니는 골프는 팔기로 결정. 아버지 차(89년엔가 나온 엘란트라 초초기 모델이다)를 갖고
내려가기로 했다. 이건 CD플레이어는커녕... 사실 아직까지 굴러다닌다는 게 상을 받아 마땅한 차량이다.
어쨌거나 팔려고 내놓을 차를 괜히 몰고 다니며 주행거리를 늘려봤자 좋을 것이 없으니, 20년 전
자동차 기술의 향수 속에서 당분간 돌아다니기로 한다.
무슨 차를 살 거냐는 어머니 말에...
어쨌거나 빨간색 차라고 대답.
교보 광화문점에 갔다가 시계 코너에서 타이맥스의 크로노그래프를 하나 구입. 시계가 하나 필요하긴
했다. 시계와 가방, 구두에 별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긴 한데... 그동안 기념품으로 나온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놀라움과 놀림을 몇 차례 받았던 터라 생각난 김에 하나 사 버렸다. (갠적으론 루미녹스의
다이버 와치를 좋아하는데...음냐...)
어젠 앤디 워홀 전시회에 다녀왔다. 세상에나. '달러 기호'와 깜짝 가발 자화상 빼고는 볼만한 게 없었다.
그러면서 도록은 3만원씩이나!?!?!?!?! 제돈 주고 봤으면 분통이 터질뻔 했다. 학생들이 과연 이런
전시회를 보고 어떤 레포트를 써 낼까.
일민미술관에서의 점심도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클럽 샌드위치를 먹는 건지 뭔가 새로운 종의
먹을거리를 먹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게 맛있는 클럽 샌드위치를 제공해 왔던 애비뉴원은 리뉴얼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업장으로
바뀌는 건지, 공사중이었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I>을 읽으며 그래도 그럭저럭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코르셋이나 다름없는 Rufskin의 재킷은, 앞으로 절대 살이 쪄선 안 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해주었고.
(가슴둘레 43인치-허리둘레 31.5인치를 사수해야 한다는 뜻. 사실 허리는 31인치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그러나 낼부터 한주 동안은 어려운 업무들이 기다리고 있다. 골치아픈 한 주가 되겠군. 게다가
차 파는 일도 진행해야 한다.
올해는 사주상 프로젝트의 실패를 겪을 수 있는 해라고 해서... 내심 찜찜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타로 카드를 갖고 내려가기로 했다.
아래는 내가 점찍어 둔 BMW X1. 그런데 물건이 남아 있긴 할라나. X3이나 X5가 다소 둔한 느낌이라면
X1은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세련되고 날렵하다. 보디빌더에 비유한다면... 그래. 세르지오 올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