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를 하루 반 남기고 신촌 크리스피에 가서 도넛을 사왔다. 크리스피가 신촌에만 있던 까마득한 옛 시절, 술 마신 다음날이면 엉금엉금 크리스피로 기어가서 해장을 하던 사람도 기억난다. 알코올은 체내의 당분을 고갈시키기 땜에 담날이면 단 것이 땡기기 마련이다.
직장인들과 상대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요즈음(이짓도 벌써 9년째이다만), 해장 할 일이 있으면 사람 들은 주로 복지리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나처럼 밥 먹을 때 국이나 찌개를 잘 먹지 않고(건더기만 건져 먹는다) 국물요리를 싫어하며, 나이가 들수록 따뜻한 밥과 국이 땡긴다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 인간에게 그런 해장 수단은 영 아니올시다, 이다. 예전에는 피자나 짜장면으로 해장을 했고, 그런 해장법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으나 외국의 경우는 고지방 식사(베이컨,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 등등)이 당연한 해장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이 기자님은 해장을 뭘로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고기요." 라고 대답한다.
위 사진에서 왼쪽 상자 하단의 하트가 들어간 초콜릿 도넛은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크리스피가 내놓은 한정 상품이란다. 몇 차례 성토한 바 있지만 크리스피의 신상품은 90%가 뭣 같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콜릿 커스터드 필즈 도넛 안에 커스터드 대신 딸기잼 '쬐금' 넣고 장식 좀 해서 1500원(더즌으로 사면 300원 추가) 받는다. 헛헛헛헛헛.
크리스피 신상품 4종이 오늘 출시됐다. 다크 초콜릿 케익, 체리초콜릿 키스, 드림초코홀릭, 모카초코. 지난번 신상품들이 워낙 별로였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제발 미국 매장에 있는 걸 팔아달란 말야... 롯데는 초콜렛 아이스드 필드 도넛을 다시 팔아라!
신상품 4종 중에서 체리초콜릿 키스는 괜찮았다. 초콜릿 크림에서 체리맛도 나면서 크리스피다운 단맛을 냈다. 최악은 모카초코였다. 장식용으로 커피빈 모양의 초콜릿을 붙이려면 제대로 멋나게 붙이던가. 모양도 별로, 맛도 별로. 다크초콜릿월넛케이크와 드림초코홀릭은 먹을만 했지만 원래 있는 글레이즈드 초콜릿 케이크쪽이 내겐 더 좋다.
담에 크리스피를 먹을 때에는... 초콜릿 도넛으로는 체리초콜릿키스와 글레이즈드 초콜릿 케이크 중에서 택일하게 될 거 같다.
위 사진은 하도 짜증이 나서 포스팅했다. 시나몬 애플 필드 도넛에 필링이라곤 위 사진에 있는 게 전부다. 내가 먹은 건 도우뿐이다. 필링이 뭐 중요한 장기라도 된다고 도우 깊숙이 숨겨놓았는지 모르겠다. 사과 조각도 별로 없고. 예전엔 깨물면 필링이 입안으로 들어왔는데...
아래 사진은 내가 2시간 전에 먹은 도넛들이다. 크리스피에서 7개, 미스터도넛에서 9개.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는데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둔 시나몬 애플에서 기분을 잡쳤다.
2-3개월 전부터 먹을만한 도넛이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도넛을 사러 혹은 먹으러 가긴 하되 먹고 나도 먹은 것 같지 않다고 느껴왔던 것이다.
오늘 크리스피크림에서 한 더즌을 사먹고 나니 생각이 확실해졌다. 정말로 먹을만한 도넛이 사라지고 있다! 녹차 가루를 뿌린 도넛에 - 난 녹차는 녹차로 마실 때가 좋다 - 그 뒤를 이어 나온 신상품들은 하나같이 내게는 맛 없는 것들밖에 없다. 최근 신상품 3종에 녹차 가루를 뿌린 것 그리고 블루베리가 들어간 녀석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드 크림 필드(위 사진 참고 - 크리스피 영문 홈피에서 퍼온 거다)는 언제부터인가 매장에서 사라졌다. 저 아이싱 크림이 너무 달아서 인기가 없었나. 하지만 저걸 먹지 않으면 크리스피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단 말이다...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도넛은, 커스터드 크림 맛이 너무 없어서 다음부턴 먹지 말기로 했다. 크리스피가 잘 하는 건 달디 단 정크푸드를 만드는 거지 커스터드 크림처럼 달걀 노른자가 듬뿍 들어가야 맛이 나는 고급스런 종류의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다.
저 영문 홈페이지에 나온 제품들을 좀 판매해줬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담부턴 한 더즌을 채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맨 오른쪽 맨 하단의 도넛은 통밀로 만든 오리지널 인데, 통밀로 만들었기 때문에 건강식인 척 하는 게 좀 우습긴 하다.
지난주 미스터도넛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더블베리 프렌치와 아몬드 프렌치는 없단다. 그밖에 없는 도넛이 몇 가지 더 있어서... 제대로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 (난 폰데링은 싫어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기분이 몹시 안 좋았다. 월요일에 코스트코 피자를 7쪽 먹었는데, 폭식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원칙을 깨고 크리스피 한 상자를 사갖고 왔다.
홍대점에서는 오전 7시경에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그날의 도넛이 나오기 시작한다. 갓 구워진 것을 먹어서 그런건지, 아님 뭔가 기술의 차이가 있는 건지 명동점의 것보다 홍대점의 것이 더 맛있다. (미스터도넛도 명동점보단 홍대점의 맛이 더 낫다. 우연의 일치인가?)
평소에 가장 먼저 먹곤 하는 글레이즈드 초콜렛 케이크(위에서 세 번째 줄 맨 오른쪽)의 맛도 좋았고, 썩 좋아하지 않던 글레이즈드 사워크림(위에서 세 번째 줄 가운데)도 따스한 온기를 아직 유지하면서 사워크림 맛도 어느 정도 났다.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는 신상품 파인애플 피에스타(위에서 두 번째 줄 맨 왼쪽)도 위에 뿌린 코코넛 슈레드에서 코코넛 맛이 났다. (이전에 먹은 파인애플 피에스타의 코코넛 슈레드는... 그냥 말라붙은 종이조각 맛이었다)
치즈케이크 3총사에 이어서 크리스피크림에서 신상품 3종이 최근 출시됐다. 오렌지 필링을 뿌려서 구운 오렌지 탱고(오른쪽 맨위)와 코코넛을 썰어서 얹은 코코넛 피에스타( 오른쪽 하단), 그리고 복숭아 맛의 헤븐리 피치(왼쪽 아래)이다. 기존 크리스피크림 제품 답지 않게 이름들이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만큼이나 요란하다. 맛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그렇듯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코코넛 피에스타 안에는 파인애플 잼이, 헤븐리 피치 안에는 복숭아 잼이 들어 있는데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크게 한 입 베어물어도 잼이 혀에 닿을락말락이다. 이렇게 필링을 부실하게 넣을 바에야 오렌지 탱고와 쿠키 크런치처럼 링 도넛 형태로 만드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일 잼을 많이 넣지 못한 건 단가 문제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크림치즈 필링이 잔뜩 들어간 치즈케이크 3총사는 다른 도넛보다 개당 300원(한 더즌으로 살 때)이 더 비싸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어제는 간만에 크리스피로 허기를 달랬다. 어제 먹은 크리스피는,
치즈케이크 3총사(뉴욕, 쿠키, 스트로베리)와 위에서 평가한 신상품 3종, 그리고 파우더드 스트로베리 필드, 글레이즈드 초콜렛 케이크, 시나몬 링, 베리베리, 쿠키 크런치... 여기에 슈거 코티드와 맛보기로 주는 오리지널 하나. 그런데 슈거 코티드는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글레이즈드 사워 크림을 달라고 했던 거 같은데... 당도와 지방의 함량으로 볼 때 슈거 코티드는 완전 입가심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먹고 나니 치즈케이크 3총사를 한꺼번에 먹을 필요는 없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3개를 한꺼번에 먹으면 그 맛이 그 맛이 되어버린다... 신상품 3종은 담에는 먹지 않을 것이고. 베리베리의 맛도 마음에 썩 드는 것은 아니지만 내 블루베리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크기에 버릴 수가 없다.
크리스피 크림에서 치즈케이크 3종이 새로 출시됐다. 위 사진은 뉴욕 치크케이크 도넛. 크림치즈 필링에 크림치즈 아이싱을 올렸다. 크럼블은 청교도들이 창시했다는 건강식 그래험 쿠키. 아래는 초콜렛 크림치즈 필링이 들어간 쿠키&크림치즈 도넛. 스트로베리 크림치즈 필링이 들어간 핑크 스트로베리는 맛이 그냥 그래서 이번엔 사지 않았다.
그나저나 위 사진 맨 오른쪽 아래의, 화이트 초콜릿 아이싱에 다크 초콜릿으로 장식한 도넛 이름이 뭐더라... 신림점에서 산 건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크리스피크림 홈피에도 소개가 없고.
주말에 다시 한번 먹어봐야 겠군. 참고로 뉴욕 치즈케이크 도넛의 칼로리는 320kcal이며, 지방은 19그램, 탄수화물은 35그램(그 중 설탕이 17그램) 들어 있다. 콜레스테롤은 낮은 게(10mg) 트랜스 지방은 들어가지 않은 듯.